• 번호 : 40718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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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44) - 호랑이와 더불어 기도하신 분 - 김대권(베드로)

조선시대 신자들의 상당수가 산골에 살다보니 호랑이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1866년 병인박해가 한창일 때 강 안드레아라는 분은 프랑스 신부님과 함께 피난하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어둔 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고 호랑이가 발로 흙과 돌을 굴러 내리며 자기의 영역임을 알려왔다. 호랑이가 담배를 무서워한다는 속설에 따라 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신부님에게 말을 건네기를, “이상하지요, 박해 때는 호랑이가 겁이 안나요.”하며 가던 길을 갔다. 천주교 신앙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행위였던 때였으니 무엇이 더 겁이나겠는가!

오늘 소개하는 김대권(베드로)이야말로 호랑이와 인연이 많은 분이다. 충청도 청양의 수단이에서 태어나 보령의 청라동에 살았던 그는 일찍부터 신앙을 가졌다. 결혼하여 아내와 함께 공주의 옹기점에서 살았는데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아 싸움이 잦았다.

하루는 싸움을 하고 자기는 방에서 자고 아내는 부엌에서 잠을 자던 중에 어떤 음성을 듣고 잠에서 깨었다. 김대권은 이것을 하느님의 음성으로 알아들었는데 나가보니 아내가 막 호랑이에 물려가고 있는 중이어서 겁도 없이 뒤따라가 아내를 구했다. 아내는 다리만 심하게 다쳤을 뿐 목숨을 건졌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평생 동안 사이좋게 지냈다.

김대권은 사순절이 되면 40일 동안 하루 한 끼만 식사를 하는 엄격한 단식재를 지켰고, 성탄절을 앞두고서는 복음서와 몇몇 서적들을 가지고
산으로 들어가 기도에 전념하였다. 한번은 밤을 새워 기도하는데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멀지 않은 곳에 와서 앉아 으르렁거렸다. 그런데도 계속 기도를 했고 날이 밝아 산을 내려오자 그때서야 호랑이도 물러갔다.

1827년 박해가 일어나자 김대권은 전주로 잡혀갔고 신문을 받을 때 영장이 신앙을 버리라고 하자, “매질로 죽게 된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 생각은 제 살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제 뼛속 깊이 젖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 살을 잘라내고, 내 뼈를 으스러뜨리더라도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그는 더욱 혹독한 형벌을 받았고, 12년이라는 오랜 감옥 생활 끝에 1839년 5월 29일 전주에서 참수되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곶감이라는 옛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이 말이 딱 맞는 듯하다. 곶감처럼 달콤한 유혹들이 오히려 더 하느님을 몰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11월 11일자 대전주보 : 제2164호)